2015. 8. 20. 14:35ㆍ가끔 쓰는 일기장
지금 이렇게 예전 이야기를 꺼내는게 그 누구인가에게는 어떻게 비춰질런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저에게는 평생 잊혀지지 못할 만큼의 가장 소중했던 기억이라는 이기심에
한글자 한글자 써내려 봅니다.
저는 선천적인 장애를 가진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살고 있는 올해 43살 먹은 사람입니다.
어릴때 아들하나 걸어서 살게 해보겠노라고 여러 병원과 물리치료를 전전긍긍하며
부모님 속도 마음도 많이도 태워 드렸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쟤 너무 불쌍해" 이런 말들이 오히려 제겐 큰 빗장으로 다가와서 마음을 닫아둔 채
늘 방 한구석에서 책과 함께하며 그렇게 18년이란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그런 제가 보기가 않좋았던지 큰매형이 자기네 회사에서 쓰던 286컴퓨터를 한대 선물해주더군요.
1980년대만 하더라도 286컴퓨터는 어머하게 비싼 물건이라 제가 감히 손대 볼수도 없는 기계였습니다.
그렇게 286컴퓨터와 새로운 친구가 되어 한동안 푹 빠져 살았었습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고 컴퓨터 게임이란것도 접해보고....
그러다 PC통신이란걸 알게 되었죠.
전화선올 통해서 세상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대화와 게시판에 글도 올리는....
저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 였다고 할수 있겠죠.
생전 모르던 사람과 얘기를 나누고 고민도 털어내보고 그러다 더 가까워지면 친구가 되는...
평생 집 한쪽 구석에서만 갇혀 살던 제가 그렇게 세상과 점점 더 친밀해져 갔습니다.
그러다가 25살이 되던 해..
한 아이를 알게 되면서 평생 느껴보지도 못했던 가슴 앓이도 하게 되고
그런게 좋아한다는 마음인지 아님 늘 혼자였던 내가 구구절절한 그리움이 고팠던 건지
7~8년 동안은 마음이 한구석이 뻥 뚫려버린듯이 혼자서만 내색없이 살았던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게 얼마나 좋았던지요.
그 흔하디 흔한 짝사랑에 불과했지만 누군가를 사랑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살았었습니다.
그땐 늘 그렇게 생각했었나 봅니다.
내 모습을 나조차도 보기가 힘들어서 거울도 재대로 보지 못했었고
곁으로는 내색안했지만 속으론 늘 원망을 어머니, 아버지 한테 쏟아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집안에 늘 큰행사가 있을때 마다 난 늘 혼자 여행 다녀오겠다고 하고선
가족,형제들의 눈치 아닌 눈치를 봐야했었습니다. 소외감을 잊기위해서 말이죠..
그땐 왜 그렇게 소외감이 들던지...내가 잘못 태어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참 많이 했었습니다.
어린 시절은 저한테는 상처도 많았지만....
지금 저 혼자서 이렇게 살수 있게 해주었던...
혼자서 기차를 타고 여행하고 그런 경험을 했다는게 아마도 그때 부터 이미 독립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지금의 독립을 위한 준비된 과정이 아니 였을까 생각됩니다.
지금 2년째 접어들고 있어요.
마음 만큼은 편합니다. 본가에 있을땐 항상 뭔가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지금은 그냥...편합니다.
베란다 창 넘어로 들리고 보이는 풍경과 사람들의 소리, 술마시고 떠드는 소리...
내 집에서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
그것 하나로도 참 많이 행복합니다.
근데 저 또 하나 욕심이 생겼습니다. 버킷리스트라고나 할까요.
더도 덜도 말고 50세까지만 살고 싶은거.. 그외에 더 산다면 덤으로 주신 삶이겠고...
그리고 또 하나는 죽기전에 호주 여행하는거....ㅋㅋㅋ
너무 큰 욕심인건가요? (지금 열심히 돈 모으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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