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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의날 특집-지체장애인 천정욱 씨
    지난 날들의 사진첩 2006. 2. 10. 01:48



    장애인의날 특집-지체장애인 천정욱 씨
    내 꿈은 ‘두 발’로 서 보는 것

    내 꿈은〉
    아침에 일어나 / 내 두발로 일어서 / 내 두팔로 아침 창문을 열어 햇살이 / 내 두 눈을 부시는것을 느끼는 것. / 가능하다면 / 자전거와 배낭 하나 짊어지고서 / 어디든 어디서든 / 내가 거기에 서 있다는 것을 / 알고 싶은 것 … 그러나 이런 꿈은/ 내게는 / 유리 조각처럼 떨어트리면 / 깨질것 같은 꿈이란 것을 / 난 안다.

    인터넷 검색페이지에서 ‘보물섬’을 검색했다. 20여개의 관련 사이트중 ‘작은 보물섬’( www.joywooga.id.ro)이라는 홈페이지가 들어왔다. 무슨 보물이 숨겨져 있을까. 친구들과 동물원을 찾아 휠체어에 앉은 채 환하게 웃고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작은 보물섬의 운영자 천정욱(29, 부산시 거제4동)씨. 그는 “내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오른발 하나’ 뿐”인 1급 지체장애인이었다.

    한번만이라도 두발로 서보는 것이 소원인 천씨가 장애를 앓은 것은 태어난지 6개월만의 일이었다. 병명도 모른채 10살이 넘도록 어머니의 등에 업혀 병원을 오고가면서 “높은 꼭대기 집과 병원을 힘겹게 오가는 엄마가 불쌍해서 등뒤에서 우는 것” 이외에 천씨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거리에서 달음박질하는 친구들이 마냥 부러웠다. 두발로 학교를 다니며 공부하는 누나와 동생이 “너무도 너무도” 부럽기만 했다. 혀가 굳어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천씨는 들을 수 있다는 것과 엄지발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는 것이 차라리 ‘행복’했다.

    10살이 되면서 천씨는 텔레비전에 파묻혀 살았다. 드라마가 아니라 광고를 봤다. 광고에 나오는 자막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한글을 공부했다. 한글을 알면 책을 읽을 수 있고, 그래야 혼자서도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아서 천씨는 매일 광고만 봤다.

    한글을 배우고나서 천씨에게 책은 유일한 친구였다. 발가락으로 책장을 넘겨가며, 동생의 초등학교 교과서, 누나들이 읽은 소설, 위인전을 읽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주인공이 된듯’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결국 발가락으로 책장을 넘겨야 하는 ‘장애인’이 앉아 있을 뿐이다. 물조차도 혼자 마실수 없는.

    15여년전, 큰누나가 결혼을 했다. 천씨가 안쓰러웠던지 매형이 자신이 쓰던 286컴퓨터를 선물로 줬다. 처음보는 신기한 기계. 집에는 컴퓨터를 알려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 며칠밤을 새워가며 발가락 하나로 컴퓨터를 연습했다. 천씨는 20살이 되고서야 통신이라는 것을 통해 처음 ‘친구’를 사귀었다.

    천씨는 가족 몰래 단식을 했다. 1주일을 넘게 물만 마시며 견뎌냈다. 뒤늦게 알아챈 아버지가 삶의 희망을 버린줄 알고 책망하자 “아빠, 엄마 죽고 혼자되면 이보다 더 힘든일이 많을텐데, 지금 미리 한 번 연습해 봤다”고 했다. 그날 밤늦게 술을 마시고 돌아온 아버지와 어머니를 붙잡고 한참을 울었다.

    아파트 청소원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어머니도, 30년 넘게 택시를 운전해온 아버지도 술만 마시면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천씨를 붙잡고 운다.

    그럴때면 천씨는 말한다. “내가 약해지는 것도 싫은데 왜 엄마, 아빠가 먼저 약해지냐고. 그러면 내가 어떻게 살아가냐고” 그러나 천씨는 아무도 없는, 혼자있는 시간이면 괜히 눈물이 난다.

    얼마전 천씨는 아주 어릴 때 할머니등에 업혀 갔던 절에 갔다.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 앞에 앉아서 한참을 있었다. 천씨가 좋아하는 책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 제제처럼 한참을 부처님과 이야기했다. 그리고 기도했다. “혼자서 세상에 나설 수 있는 놈이 되게 해 달라”고.

    틈틈이 돈을 모아 사랑하는 사람의 목에 어울릴 목걸이도 사주고 싶고, 남들 다하는 커플링을 손에 껴보는 것이 소원이지만 천씨는 더 이상 사랑을 꿈꾸지 않기로 했다. 천씨에게 사랑은 눈물 펑펑나는 짝사랑일 뿐이다.

    아버지가 “내가 돈을 많이 벌어놔야 욱이가 고통 안 받고 살 수 있는데”라는 혼잣말을 할 때가 천씨는 가장 서럽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장애인이라는 것이 새삼 떠오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라는 사이버 세상은 방안에서만 생활해야하는 천씨에게 세상을 보는 ‘눈’이 돼 주었다. 인터넷을 통해 영어도 공부했고, 무료계정을 통해 천씨의 홈페이지 ‘작은보물섬’도 만들었다. 또 친구들과 대화도 했다. 부산을 찾은 친구들이 천씨를 찾아올 때면 “아, 나도 이제 외롭지 않구나”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아직도 사회는 닫혀있다. 웹디자이너를 하고 싶어 이곳저곳에 원서도 내보았지만, 학력도 없고, 자유로운 몸도 없는 천씨에게 아직 기회는 없었다. 그래도 천씨는자기에게 해준것이 하나도 없는 사회를 위해 무언가 내가 해 줄 것이 있을 것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내가 전부 내놓을 수 있는건 / 이것뿐이라고 여기구 / 식구들 모르게 장기기증 신청을 했었는데 / 부모나 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 메일이 왔다 / 가족들 내 부모한테 / 뭐라고 해서 허락을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할 수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 이렇게 시간축만 기울이다가 / 그냥 흙속이나 강에 뿌려지는건 너무 싫어 / 세상이 내게 이뤄준건 없어도 / 내가 전부 내놓을 수 있는건 / 이게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 답답해.

    부산=안직수 기자 jsahn@buddhis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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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이런 야망찬 꿈도 꺼져 버린지 오래...
    다시 그 불씨를 살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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