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 3 켤레와 행주 2 장

2004. 7. 7. 12:00실없는 농담들

집안 형편상 어머닌 메일 아침 밖에 나가 일을 하시고
나 혼자만 있는때가 많다.
아버지는 개인택시를 하셔서 메일 새벽쯤에 나가시고..
집에 혼자 있는 나의 소변과 점심 식사를 걱정하셔서
매일 점심때쯤엔 늘 달려오시곤 하신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점심때 되어서 오신 아버지
손에 소포 하나를 들고 오신다.
보낸 곳을 보니 "참사랑"이라는 곳이다.
무심결에 뜯어보니 양말 3 켤레와 행주 2 장.. 그리고
참사랑이라는 곳을 소개 하는 전단지 2 장이 나온다.
그리고 19000원을 입금 해달라는 계좌 번호도 함께...
언뜻 전단지를 보니  집이 없고 버려진 장애인들과 노인분들을
돌보는 사회 단체 같이 보였다.
전단지에 원장이라는 사람을 보니
목사라고 한다.
아버지는 보시더니

"몇일전에 어버지 헨드폰으로 양말과 행주 보내드릴테니 만원이든 이만원이든
성의것 입금 부탁한다고 전화 왔던데..
혹시 장애인들을 핑계로 돈 뜯어내려는 사이비 단체가 아니냐??
아버지 헨드폰 번호랑 우리집 주소를 어떻게 알았지??"

이렇게 반문 하신다.

"글쎄?? 내가 보기엔 그런것 같진 않은데.
홈페이지 주소도 있고 전화번호에 약도도 있으니까?"

그러자 아버진 당장 되돌려 보내야겠다는 소리를 하신다.

"우리도 어려운 마당에 누굴 도와주게 생겼냐?"

요즘 택시 타는 손님도 없으시다며 신경이 날카로워지신 아버지...
그렇게 대충 점심을 먹고
아버지는 한숨 주무시는 사이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사랑이라는 단체가 사이비 단체이든 아니든......
어쩌면 나두 내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날엔
참사랑이라는 사회 단체에 있는
장애우들과 별반 다를게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9000원정도...
나에겐 지금 1주일 용돈 정도겠지만
그쪽 사람들에겐 생명을 유지할
큰 돈이겠거니 생각하니까 가슴이 시려온다.
그래서 얼른 19000원을 입금했다.
아버지가 보시더니 왜 쓸때 없는 짓을 했냐는 말에...

"나두 .어쩌면 그 시설에 사람들과 나중에 같은 처지가 될지 누가 알겠어?"

이렇게 또 한번 대쪽 같으신 우리 아버지 가슴속에 못 하나 더 박히게 했다.

나만 잘 살면 되고 남은 못살든 상관 없다는 생각이 많아서
세상 사는게 서글퍼 진다.. 젠장할...

'실없는 농담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프면...  (0) 2004.11.03
이제 가을인가?  (0) 2004.08.22
저요?  (0) 2004.07.29
장기기증등록증이 왔다.  (0) 2004.05.31
성격이란게 참 이상하지??  (0) 2004.04.22
아버지....  (0) 2004.02.14
친구를 보내며.....  (0) 200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