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길에서 구걸을 하는 그 아저씨를 본 순간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아버지가 생각나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한 빵집 여종업원이 장애인 노숙자에게 빵을 떼어 먹여주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 동갑내기 네티즌의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퍼지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역 부근 한 제과점에서 일하던 길지빈(24ㆍ여)씨는 가게 앞 인도에서 팔은 전혀 못 쓰고 다리는 절단된 노숙자가 구걸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1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와 아버지를 집에 모시고 있는 길씨는 노숙자가 남 같지가 않아 제과점 주인인 이모에게 허락을 받은 뒤 빵 몇 개를 주섬주섬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는 노숙자 옆에 쪼그리고 앉아 “배 안고프시냐”고 다정하게 말을 걸며 가져온 빵을 조금씩 떼내 직접 입에 넣어주었다.
같은 시간 대학생 박새봄(24ㆍ여)씨는 점심을 먹으러 강남역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예쁘장하게 생긴 젊은 여성이 제과점에서 빵들 들고 나와 구걸하던 장애인에게 먹이는 것이었다.
박씨는 휴대폰 카메라로 이 아름다운 장면을 찍어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올렸다.
박씨는 “거리의 많은 사람들은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데 나와 비슷한 또래의 한 젊은 여성이 노숙자에게 빵을 먹여주는 광경이 너무나 가슴 뭉클해 나 자신도 모르게 사진을 찍었다”며 “친구들과 감동을 나누고 싶어 19일 블로그에 띄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진은 네티즌들의 심금을 울려 20일 하루동안만 3,000여명이 박씨의 블로그를 방문했고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20일 오전 제과점에서 만난 길씨는 자신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길씨는 “그날 유난히 날씨가 추웠는데 식사도 못하고 계시는 아저씨가 안쓰러워서 빵을 들고 나간 것일 뿐”이라며 “나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 모습을 보았다면 도와드리고 싶었을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길씨는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회사를 다니다 지난 5월부터 이모의 제과점 일을 도와주며 교사 임용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길씨의 도움을 받은 장애인 최모(49)씨는 “14년 동안 서울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생활을 해왔지만 직접 빵까지 먹여주는 고마운 사람을 만난 것은 처음”이라며 “그 젊은이는 빵을 준 이후에도 길에서 만나면 안부를 묻고, 쓰러져 몸도 못 가누는 나를 일으켜 세워주는 등 관심을 보여준다”고 고마워 했다.
"너무 유명세를 타서 무안합니다.앞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힘든 이를 위해 살겠습니다."
지난 20일 구걸하던 장애 노숙자에게 빵을 떼어먹이는 감동적 사진으로 네티즌들 사이에 '천사 빵집 아가씨'로 불리는 길지빈(24.여)씨가 22일 국민일보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정말 착한사람들 많은데 특별한 사람여겨 무안" 길씨는 "정말 착한 사람들 많은데 우연한 행동 때문에 특별한 사람처럼 여기시는 것 같아 무안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길씨는 "저에게 갑자기 쏟아진 관심이 부담스럽다”며 수줍게 말문을 열었다.
길씨는 “그날(지난 12일)도 ‘아저씨 몸상태가 많이 안좋아져서 팔,다리도 제대로 못움직이고 먹지도 못하는 것 같다’는 가게 직원들의 얘기를 듣고 밖을 보니 아저씨가 너무 안돼보여 빵을 들고 나와서 떼어 먹여드린 것 뿐”이라며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또 “누구라도 아저씨 상태를 봤으면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평소 직원들에게 ‘좋은일 하라’며 만원짜리를 건네며 아저씨에게 갖다주라고 시키셨던 이모부(곽노형·50·제과점 주인)와 평생을 베풀고 살아오셨던 아버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고 겸손해했다고 국민일보는 전했다.
"중풍 쓰러진 할머니 보살피던 어머니 봐서 거부감 없어" 남들이 가까이 하기 꺼려하는 장애 노숙자에게 다가서는게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길씨는 “1년전 중풍으로 쓰러져 수족을 못쓰고 누워계신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펴드리는 어머니를 가까이서 봐서인지 거부감은 없다”며 “힘든사람 있으면 도와주고 편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면 어려울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저씨도 정말 착하고 순한 분”이라며 “몸을 일으켜세워드리거면 자신 때문에 주변사람 힘들게 한다며 정말 죄송스러워하신다”며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를게 없다고 강조했다.
갑자기 얼굴 알려져 ‘티내려고 저런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요즘은 조심스럽다고 미소짓는 길씨는 “조금 조용해지면 정말 더욱 책임감 느끼고 힘든 사람들 많이 도와주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주위 사람들,"평소에도 선행,그대로 나타났다" 칭찬 그러나 길씨가 이날 ‘우연한 일’이라고 말한 것과 달리 주위 사람들은 그날의 선행이 평소 그녀의 모습 그대로였다고 한마디씩 거들었다.
길씨 이모 김영화(45)씨는 “일주일 내내 일하고 평택에 있는 집에 하루가는데 평소 엄마 못도와드렸다고 종일 할머니 수발을 직접 다 든다”며 “어린 조카가 노인분 기저귀 갈아드리고 몸닦아 드리고 부축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인데 불평불만없이 싹싹하게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환경공학 전공을 살려서 중·고교 환경과목 선생님을 꿈꾸며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길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이날도 1000여명이 넘는 네티즌이 방문,격려의 글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