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뭐예요?" "유태호" "몇살이예요?" "여섯살..."
7일 밤 MBC `시사매거진 2580`의 한 장면. 카메라가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의 얼굴을 화면가득 잡았다.그리고 아이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떳다 떳다 비행기`가 나왔다.그런데 시청자들은 조금씩 드러나는 아이의 몸을 보고 깜짝 놀랐을 것이다.처음엔 장난삼아 양 팔을 윗 옷에 넣었나 생각했던 이들도 있었을 터였다.
여섯살 태호에겐 양팔이 없다.발가락도 8개뿐이다.태어난 지 석달 만에 입양기관으로 옮겨진 태호는 엄마도 아빠도 모른다.아마도 태호를 데려온 고등학생 미혼모는 손수건 하나로 덮으면 딱 가려지는 2.2킬로의 핏덩이가 너무나 막막하게 다가왔을 터이다.
부모 없는 중증 장애 어린이들이 살아가는 `상락원`이 지금 태호의 집이 되었다.방송은 발가락으로 숟가락을 들어 밥을 먹고, 몸통으로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태호를 보여줬다.
분명 힘겹고 안쓰러운 모습이었지만, 태호는 전혀 불쌍해 보이지 않았다.환한 미소를 얼굴가득 머금은 채, 선생님의 도움을 마다하고 "아니 제가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태호의 모습에는 여섯살 답지 않은 대견함이 느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입천장이 뚫려 있어서 말을 배운지 얼마 되지 않는 태호는 이제서야 익숙해진 목소리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었다.
"안돼요, 왜이래요 ... 이러시면 안돼요"
인기가요 `어머나`를 귀엽게 불러 아이스크림 사먹을 돈을 받아내는 것도 태호의 재주이지만 진짜 태호의 능력은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태호를 만난 많은 사람들이 변했다.`앉을 수만 있어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물리치료사는 지금 태호를 보며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다짐을 품게 됐다.태호가 다니는 정민학교의 수(水)치료 선생님도 양팔이 없는 태호를 보며 `잘 하면 수영선수가 되지 않을까`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또한 일주일에 한번씩 만나는 결연가족 부모는 방송에서 `태호가 오면서 집안에 활력이 넘친다`고 자랑했다.
방송에선 태호를 직접 돌보고 있는 상락원의 원장, 지웅스님 역시 태호에게 오히려 큰 용기를 얻었다고 고백했다.
"살아가면서 힘들 때가 있잖아요. 그러나 태호를 보면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태호가 부딪혀야할 세상보다 힘들겠냐`라는 생각을 해요. 그럼 제가 힘들어하는 게 사치로구나하고 깨닫게 돼요"
`팔이 없어서 다리로 살기 힘들지 않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괜찮아요!`라고 씩씩하게 대답하는 태호. 그의 꿈은 아빠가 되는 것이다.어른이 되면 넥타이 옷을 입고 운전을 하고 싶다는 것.
남들에겐 아주 소박한 꿈이겠지만 장애를 가진 태호에겐 어쩌면 무척 어려운 일이 될지도 모른다.그러나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태호라면 아무리 험한 인생의 장애물도 능히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방송에서 보여준 태호의 환한 미소가 많은 사람들의 믿음을 증명하고 있다.
이날 방송후 게시판엔 "사랑스런 태호, 태호야 힘내. 너를 보며 많은 걸 배운다"는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십년 뒤, 아빠가 된 태호의 모습을 다시 한번 TV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MBC 방송화면) |